극강의 P 두 명이 만나 대하 제철 기간에는 대하를 먹어 줘야지해서 급작스럽게 성사된 서산 당일치기 여행. 서산에 유명하지 않지만 완벽한 캠핑 스팟이 있다고 해서 프로 캠핑러 친구와 함께 서산에 있는 벌천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여태까지 방문했던 해수욕장을 생각해 보면 근처에 음식점도 많고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가보니 사람이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밖에 있지 않았고 음식점은 물론 편의점도 없었다.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해수욕장 쪽으로 내려오기 전 미리 근처 '어울림슈퍼'라는 곳에 들러서 필요할 것 같은 물품들을 구매했다. 해수욕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슈퍼 하나가 있기 때문에 벌천포 해수욕장에서 캠핑을 즐기고 싶다면 해당 슈퍼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캠핑에 필요한 물품도 꽤 많이 판매하고 있다.
주차장은 따로 없어서 그냥 길에 주차를 하면 된다. 우리는 '벌말어촌계사무실' 앞에 줄 지어 주차 되어 있는 곳에 똑같이 주차를 했다. '벌말어촌계사무실'에서는 직접 잡은 자연산 회를 바로 떠 준다고 써 있었다. 우리는 회를 먹으러 간 건 아니었기 때문에 회를 먹어 보지는 않았지만 당일 잡아온 생선을 그 자리에서 바로 맛 볼 수 있다니 안 먹어봐도 싱싱할 것 같았다. 회는 다음 기회에 먹어보기로 하고 일단 주변을 둘러 보기로 했다.
예전에 친구가 벌천포 해수욕장에 방문했을 때 양식장에서 키우는 왕새우를 판매하는 곳을 보고 왔다고 했는데 그 곳이 바로 여기 였던 것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해당 번호로 전화를 드렸더니 바로 구매 가능하다고 해서 현수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차를 끌고 들어가도 되지만 주차가 우선이었어서 처음에 갈 때는 걸어서 갔다. 도착했더니 수조 안에 마구 날뛰는 대하가 가득했고 사장님이 나오셔서 봉투 안에 가득 가득 쿨하게 담아 주시더니 2키로를 넘게 주셨다. 가격은 2만 5천원. 나중에 갯수를 세어 보니 거의 50개 정도 되어 보였다. 대혜자 스타일. 🦐
역시 프로캠핑러는 다르다. 간단하게 살림 살이를 챙겼다고 하는데 전문 캠핑 도구가 가득. 🏕 내 주변에 이런 캠퍼가 있었다니. 뚝딱뚝딱 조립하더니 어느새 가스 불이 켜지고 냄비가 생기고 집에서 호일까지 야무지게 챙겨 온 친구가 너무 귀엽고 웃겼다. 😂 대하 구이에 이토록 진심이었다니. 친구 가방에서 굵은 소금까지 나오는 걸 보니 마치 친구 가방이 도라에몽 가방 같았다. 🤣
냄비에 호일을 먼저 깔아 주고 그 위에 굵은 소금을 바닥에 적당히 깔아 준 후 팔딱팔딱 뛰는 왕새우를 올려 준 후 얼른 뚜껑을 덮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우가 튀어 오르기 때문에 뚜껑 사수는 필수.
그렇게 시간을 조금 보내다 보면 서서히 대하가 익어 간다. 슬슬 대하가 움직이지 않을 쯤 되면 뚜껑을 열어 계속해서 새우의 상태를 확인해 줘야 한다. 주황 빛으로 변해가는 새우를 확인하며 뒤집어 주면서 구워 주면 된다. 구워 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바닥에 깔아둔 소금이 타는 걸 생각하지 못해서 살짝 당황하긴 했다/ 그래도 많이 타는 편은 아니었어서 다행이었지만, 만약 이 글과 같이 대하 구이를 먹으러 캠핑을 간다면 소금이 타는 것을 대비해 굵은 소금을 여유 있게 가져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물론 완전한 가스버너는 아니라 익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이렇게 캠핑을 하는 자체가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다. 😎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대하의 크기에 비해 냄비의 크기가 많이 큰 편이 아니라 많이 굽지를 못했다는 것. 하지만 나중에는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서 위로 많이 쌓아 두고 새우를 찌듯이 굽자는 생각으로 조리했더니 한 번에 10마리 넘게 구워 먹을 수 있었다. 그래야 끊기지 않고 먹을 수 있다. 🤭
어느 정도 바삭하게 익은 새우를 꺼내 망에 담아 주고 그대로 머리만 한 곳에 모아 주고 몸통을 와그작. 머리는 후식 식사로 먹을 라면을 위해 남겨 두었다. 탱탱하면서도 통통한 새우를 한 입 먹었더니 단 맛과 짠 맛이 적절히 섞여 이래서 제철 음식은 제철에 먹어 줘야 한다는 거구나 한 번 더 느꼈다. 자체에 간이 되어 있어서 간장이나 소금이 따로 필요가 없었고 새우에서 이렇게 단 맛이 날 수 있나 싶었다. 달달한 새우는 처음이라 처음 한 입을 먹었을 때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가족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데 먹으면서 집에 포장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라면까지 다 먹고 나니 해가 져서 집에 가야 하는 시간이 되어 사장님께 포장을 부탁드렸더니 스티로폼에 새우를 가득 담아 주셨다. 포장할 때는 정해진 박스 크기에 얼음도 담았어야 해서 해수욕장에서 직접 먹을 것을 샀을 때보다는 확실히 양이 더 적었지만 그래도 들어갈 만큼 최대한 많이 담아 주셔서 너무 마음에 들었던 곳.
50개 중 반 정도의 새우를 그 자리에서 구워 먹고 나니 해가 지면서 날씨가 살짝 추워졌다. 이 때가 바로 라면 끓일 타이밍. 물을 담아 새우 머리를 함께 삶아준 뒤 물이 끓으면 라면 투척. 서해 쪽이다 보니 일몰이 예술이다. 바다 앞에서 일몰을 바라보며 먹는 라면은 당연히 맛이 없을 수 없지. 게다가 쌀쌀한 날씨에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국물과 면을 먹으면 그저 환상. ✨ 그냥 바다에서 먹는 라면이라도 좋았겠지만, 조미료로 아름다운 일몰까지 함께하니 괜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국룰이다. 이 맛에 캠핑 한다! (캠린이 왈) 😜
라면을 다 먹고 나니 서서히 빨간 빛이 도는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리는 나중에 하는 걸로 하고 사진을 찍으러 일몰 가까이로 향했다. 일몰을 볼 때면 매번 감탄이 나오는데 이 날도 역시 해가 지면서 바다에 비치는 것이 뭔가 가슴 한 켠이 찌릿했다. 감동 그 잡채. 🥺 집까지 3시간 정도 밤 운전을 해야 했어서 집 가는 길이 걱정 됐는데 일몰을 보고 나니 힘이 나기 시작해 다행이다 싶었다. 역시 이번 즉흥 여행도 오길 잘했다. 즉흥 여행에 맛 들려서 큰일이다. 🤪 과연 다음 즉흥 여행지는 어디가 될지. 🥰
📍 벌천포 해수욕장
✅ 주차 :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