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리단길 맛집을 찾아 보는데 왜인지 이유를 전혀 모르겠지만 양식류 레스토랑이 특히나 많았다. 하지만 아침부터 니글니글하게 느끼한 양식은 별로 땡기지 않았고 한식당을 찾던 도중 눈에 들어온 갈비찜 맛집. 그 갈비찜 맛집이라는 곳의 이름은 '소옥'이다.
'소옥'의 갈비찜과 배추전, 그리고 감태 주먹밥이 사진으로 봤을 때 비주얼도 맛있어 보였고 누군가 올려 놓은 사진을 봤을 때는 분명 옛날에 사용하던 원형 교자상 테이블에 음식들이 정갈하게 나와 있는 사진이었는데 직접 가보니 그런 원형 테이블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오전 9시 30분에 경주 황리단길에 도착했다. 하지만 '소옥' 오픈 시간은 11시. 약 1시간 30분 정도가 붕 뜬 셈이다. 혹시 안에 사람이 없나 해서 두리번 거렸는데 안에 직원 분이 나와서 오픈은 11시고 웨이팅 리스트는 오픈 30분 전인 10시 30분부터 작성할 수 있다고 해서 1시간 정도는 다른 곳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열려 있는 카페를 찾다가 얼마 못 가 다행히 10시에 오픈하는 카페를 찾게 되었고 친절한 카페 직원분의 배려로 10시 이전에 미리 들어갈 수 있었다. 혹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꿀팁 전수를 위해 우리가 갔던 '카페 마르쉐' 리뷰도 함께 첨부해 본다.
운 좋게 시원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허기짐을 달래고 있다보니 어느새 웨이팅 리스트 작성 시작 시간인 10시 30분이 가까워져가고 있었고 우리는 28분쯤 일어나 식당으로 향했다. 이때만해도 "아마 우리가 첫번째일 거야. 30분만 참자." 라고 되뇌이며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 보이는 무시무시한 인파.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가 갈 음식점인 '소옥' 앞에 있는 사람들이었고 설마는 역시 사람을 잡지. 분명 시간은 10시 30분이었는데 우리는 11번째로 입장하게 되었다. 첫번째는 무슨. 그 첫번째는 열하고도 첫번째였다. 오픈 30분 전에 웨이팅 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메뉴도 함께 적으라고 하는 것을 보면 오픈 전 30분동안 요리를 미리 해 놓는 것 같았다. 회전율을 빨리 돌리기 위함인 것을 알기는 했지만 11번째라는 충격은 쉽게 가시지를 않았다. 게다가 웨이팅 리스트 위 쪽에 보면 문구 한 줄이 보이는데, "11시 정각에 10팀(or 11팀) 입장합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과연 우리는 첫번째 들어갈 때 들어갈 수 있을까 했지만 우리가 웨이팅 리스트를 작성하기 전 인원들을 보니 4명 이상의 인원이 많아서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접어버렸다. 그래도 그나마 11번째인 걸 감사하자고 생각하고 땡볕에서 약 20분의 웨이팅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가기 전에 먼저 메뉴를 정하고 간 터라 메뉴 고민은 따로 하지 않았다. 3명이서 갔어서 소갈비찜 3인분에 치즈추가를 했고 감태주먹밥 1개와 배추전 1개로 웨이팅 리스트에 함께 적었다. 갈비찜은 보통맛과 매운맛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친구 중에 맵찔이가 있어서 보통맛으로 주문했다.
메뉴 특성상 한 메뉴당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합니다.
1인 1주문 부탁드립니다.
소 갈비찜(공기밥 미포함) 매콤한 양념의 소고기 갈비찜 ₩13,000
옥 갈비찜(공기밥 미포함) 카레향이 나는 매콤한 양념의 소고기 갈비찜 ₩13,000
치즈추가 ₩2,500
감태주먹밥 ₩4,500
배추전 ₩5,000
공기밥 ₩1,000
콜라/사이다 ₩2,000
작은 병맥주 ₩3,500
막걸리 ₩5,000
10시 50분이 되니 식당 문이 열렸고 식당 내부에 대기실이 있어서 식당 문 가까이에서 웨이팅을 하던 사람은 대기실 내부에서 웨이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웨이팅 순서와는 상관 없이 대기실 자리가 부족해 못 들어가게 되면 또 외부에서 웨이팅을 해야 한다. 대기실 안에는 에어컨이 있기 때문에 이왕 웨이팅 할 거면 대기실에서 하는 게 최선이다. 대기실 들어가는 순서는 따로 상관이 없어서 추천하기로는 웨이팅 순서가 뒤쪽이라면 최대한 대기실 자리를 사수하는 것이 작디 작은 나의 팁이다.
역시 우리의 예상에 맞게 우리 앞에서 입장이 끊겼고 우리는 더 오랜 시간 웨이팅을 해야 했다. 또 한가지의 팁이 있다면 10시 30분에 웨이팅 리스트가 오픈 된다고 해서 10시 30분까지 간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고 10시 15분쯤부터 식당 앞에서 웨이팅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늘에서 기다리는 걸 추천한다. 물론 대기실 입장 전까지는 오랜 시간 서서 웨이팅 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남들보다 밥이라도 일찍 먹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으니까.
역시 우리의 예상대로 우리 앞에서 입장이 끊겨 우리는 약 30분의 추가 웨이팅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대기실 안에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어서 꽤 괜찮은 시간이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금방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식당 내부에 입장했더니 기본 반찬 세팅은 미리 되어 있었다. 반찬으로는 콩나물국과 간단한 샐러드, 간장계란, 백김치가 전부였다. 특별한 건 없었지만 너무 배가 고픈 상태였어서 뭐든 다 맛이 있을 것 같았다.
입장 한 지 5분 정도 후에 먼저 감태주먹밥이 나왔다. 감태는 미역과의 해조류인데 감태를 구워서 밥을 감싼 주먹밥이었고 위에는 마요네즈가 얹혀져 있었다. 공기밥을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아서 갈비찜과 함께 먹으려고 갈비찜이 나올 때까지 안 먹고 기다렸다.
감태주먹밥 다음으로는 배추전이 나왔다. 그런데 비주얼을 보니 내가 알던 배추전과는 완전 다른 느낌. 내가 아는 배추전은 큰 배춧잎을 반죽에 묻혀 부치는 그런 배추전이었는데, '소옥'의 배추전은 파전에 가까운 배추전이었다. 아마 배추를 얇게 썰어서 다른 야채들과 함께 부친 것이 아닌가 싶다. 배추전은 꽤 맛있었다. 겉은 바삭했고 속은 부드러웠지만 두께는 얇은 편이어서 그런지 금방 먹게 되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바로 갈비찜이 등장했다. 치즈를 얹은 탓에 두 배는 더 맛있어 보였다. '소옥'에 가기 전 한 리뷰에서는 갈비찜 양이 생각보다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는 리뷰를 봤었는데 처음에 음식이 나왔을 때는 양이 꽤 많아보여서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갈비찜을 처음 먹었을 때 마음에 들었던 점은 갈비찜 전문점 답게 뼈와 살의 분리가 쉽게 된다는 점이었다. 갈비찜 특유의 질김이 없었고 금방금방 분리가 되어서 먹기에 상당히 편했다. 그리고 양념도 맛있어서 밥을 볶아 먹고 싶었지만 밥을 먹고 빙수를 먹으러 가기로 했기 때문에 참았고 감태주먹밥에 양념을 얹어 먹으니 나름대로 맛있었다. 하지만 감태주먹밥이 주먹밥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밥이 너무 질어서 밥을 먹는다는 느낌보다는 떡을 먹는 듯한 식감이 강했다. 진 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떡도 좋아하고 진 밥도 좋아해서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갈비찜 중간 중간 떡도 간간히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먹다 보니 역시나 양이 적은 게 금방 느껴졌다. 얼마 먹지 않았는데 금방 바닥을 보이는 것이 아마 뼈가 차지하는 면적이 커서 처음에는 많아 보이는 것 뿐 실제로 먹다 보니 양이 적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오픈런을 할 정도로의 웨이팅을 해야 하는 맛집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에 경주에 간다면 차라리 양식집을 가고 싶은 마음. 하지만 친구들은 맛있었다고 하니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아침에는 역시 한식을 먹어야 든든한 느낌도 있고 하니 경주 황리단길에서 한식집을 가고 싶다면 '소옥'을 추천하지만, 웨이팅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비춰본다. 😌
📍 소옥
✔ 주소 : 경북 경주시 포석로1050번길 29
✔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9시 / BREAK TIME 오후 3시 30분 ~ 오후 5시
✔ 주차, 무선 인터넷, 남/녀 화장실 구분
✔ 문의 : 0507-1390-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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