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가 먹고 싶은 날은 딱 두가지로 나뉘는데 목살 혹은 삼겹살이냐 오겹살이냐로 나뉜다. 후자에 해당할 경우 꼭 가게 되는 곳 '흑돈가'다. '흑돈가'는 제주도에서 시작된 흑돼지 맛집으로, 이미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서울에도 지점이 4군데 정도가 있어서 리뷰를 쓸까말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이왕 가서 사진 열심히 찍어온 거 리뷰를 올리기로 결정. 이번에 간 지점은 '흑돈가 여의도점'이다. 아주 예전이지만 '삼성점'도 가봤고, '신논현점'도 가봤는데 '여의도점' 고기가 가장 맛있어서 한 번 씩 가 본 이후로는 계속 '여의도점'으로만 가고 있다.
'흑돈가 여의도점'은 각종 드라마 종방연 장소로도 유명하다. 어떤 드라마였는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 실제로 내가 '흑돈가 여의도점'에 방문했을 때 종방연 날과 겹쳐서 기자들이 입구부터 기다리고 있는 것도 본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단체석으로도 충분하고 지하나 2층을 대관하게 되면 단체 회식 장소로 좋은 곳인 듯 하다. 주변에 회사들이 많아 회사에서 단체 회식으로도 많이 방문할 듯 싶다.
'흑돈가'의 메뉴판이다. 점심 메뉴로도 먹을 게 은근히 있어서 점심 장사도 잘 될 것 같다. 그리고 흑돈가 도시락을 출시해서 회사에서 행사가 있거나 점심을 나가서 먹지 못 할 때 시켜 먹기 좋게끔 구성 되어 있다. 도시락 메뉴로는 소불고기나 제육볶음으로 가능하다고 하고 당일 판매는 안 되고 무조건 사전예약이라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저녁이었고 오겹살을 먹으러 간 거기 때문에 오겹살 3인분을 먼저 주문했다.
여기서 잠깐, 오겹살과 삼겹살의 차이는 어떤 차이일까?
먼저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 부분에 붙어 있는 살로 살과 비계가 세네겹으로 겹쳐 있게끔 보이는 살을 말한다. 삼겹살을 보면 '비계-살코기-비계-살코기' 순으로 총 네 겹으로 되어 있어 원래는 사겹살로 불러야 하는 게 맞지만 우리나라의 풍습 상 숫자 '4'를 좋아하지 않아 삼겹살로 부르게 되었다는 어이없는 썰이 있다.
오겹살 또한 삼겹살과 같이 돼지의 갈비에 붙어 있고 비계와 살이 세네겹으로 겹쳐 있게끔 보이는 살을 말하는 것까지는 같지만, 오겹살은 껍질을 벗겨내지 않고 절단한 고기이기 때문에 '비계-살코기-비계-살코기-비계' 로 총 다섯 겹으로 되어 있는 살이라고 해서 오겹살로 부르게 된 것이다.
결국 껍질을 벗긴 것의 유무에 따라 삼겹살과 오겹살의 명칭이 나뉘게 되는 것이다.
불타오르는 숯불과 함께 기본 반찬이 나온다. 기본 반찬으로는 샐러드, 콩나물무침, 명이나물, 단호박찜, 무말랭이, 양파절임, 떡볶이, 상추가 나오는데 떡볶이가 은근히 맛있다. 갑자기 웬 떡볶이인가 할 수도 있지만 약간 학교 급식으로 먹던 떡볶이 맛과 비슷한 느낌이라 학교 다닐 때 생각이 나곤 한다.
아, 그리고 숯불이 나오면서 제주 흑돼지에서는 빼 먹을 수 없는 멜젓이 함께 나온다. 멜젓은 숯불에 고기와 함께 구워야 제맛.
오겹살 3인분을 주문했는데 고기 양이 숯불에 올라가 있는 사이즈로 총 3덩이만 나와서 처음에는 양이 그렇게 많은 편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었는데 먹어보니 배부르게 알맞게 먹었다. 고기만 먹으면 모자랐을 수도 있는데 식사로 차돌 된장찌개와 비빔냉면까지 먹어서 아마 배부르게 먹었던 것 같기도. 그리고 '흑돈가'는 고기를 주문하면 껍데기도 서비스로 주는데 더 요청하면 더 가져다 주신다. 물론 친절하지는 않은 게 단점. 이럴 거면 그냥 팔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맛있으니 참는다.
참고로 '흑돈가 여의도점'은 된장찌개와 냉면 맛집이라고 해도 될 만큼 식사류도 맛있다. 그리고 한 가지 먹팁을 말해보자면 '흑돈가'에서는 고기와 비빔냉면은 꼭 같이 먹어야 한다. 고기만 먹는 것보다, 냉면만 먹는 것보다 입맛을 돋구기에 최상의 맛이다.
고기를 굽고 있을 때쯤 계란찜이 서비스로 나온다. 그럭저럭했지만 배고픈 배를 부여 잡고 고기를 굽고 있을 때 먹으니 괜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
제주 흑돼지를 먹는데 술이 빠질 수 없고 술을 먹는데 된찌밥이 빠질 수 없다. 메뉴판에는 차돌 된장찌개가 점심 메뉴로 나와 있지만 저녁에도 주문이 가능한 듯 싶다. 된장찌개에 된장이 어떤 된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수한 된장 맛과 차돌박이의 궁합이 어마어마하다. 거기에 밥까지 말아 주니 술안주로 완전 제격.
오랜만에 방문한 터라 비빔냉면과 고기를 같이 먹어야 한다는 먹팁을 까먹고 뒤늦게 헐레벌떡 비빔냉면을 시켜 남은 고기와 함께 먹었다. 역시는 역시. 고기를 냉면으로 감아 먹으면 고기에서 나오는 육즙에 냉면의 쫄깃함과 새콤달콤한 양념 맛까지 한 입에. 머리에 전등이 켜지는 기분이다. 💡 단언컨대 점심 시간에 들러 비빔냉면만 먹어도 충분히 만족할만하다.
요즘 방문했던 맛집들이 매번 불친절함 때문에 아쉬웠는데 '흑돈가 여의도점'도 그런 점이 개선 되었으면 한다. 사장님은 친절하신데 대부분의 종업원 분들이 살짝 영혼이 없으신 느낌이랄까. 그런 것들만 개선된다면 맛으로는 절대 빠질 것 없는 집이다. 맛도 좋고 가격도 나쁘지 않은 편인데다가 식당 자체도 넓어서 회식 장소로도 손색 없는 '흑돈가'. 제주도에 가서 흑돼지를 먹을 수 없다면, 꿩 대신 닭. '흑돈가'에서 제주의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 흑돈가 여의도점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23 한국금융IT 빌딩 1층
✔ 영업시간 : 월-토 오전 11시 ~ 오전 5시 / 일요일, 공휴일 오전 11시 ~ 오후 10시
✔ 단체석, 주차, 발렛, 예약, 남/녀 화장실 구분
✔ 문의 : 0507-1454-8814